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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혈관질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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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의 여름으로 기억된다. 여느 때 처럼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늦은 퇴근을 하여 아이들과 함께 TV보고 있었다. 병원에서 응급환자 발생을 알리는 메시지가 날아 왔고 어김없이 당직 전공의에게 전화가 왔다. 40대 중반의 남자환자가 혼수상태로 응급실에 도착했다는 것이었다. 이미 기본적인 검사는 시행을 해서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 출혈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고 환자상태가 좋지 않다는 말을 듣고는 부랴부랴 옷을 챙겨 입고 병원으로 향했다. 내 나이와 비슷한 남자 환자, 이런 환자를 볼 때마다 “나도 어느새” 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응급실에 도착해서 환자를 보니 혼수상태, 어떤 자극에도 반응이 없다. 지주막하 출혈 환자 중 가장 나쁜 상태, 치사율이 75%를 상회하고 생명을 구한다고 해도 거의 중증 장애가 남는다. 부랴부랴 뇌압을 낮추는 응급처치를 하도록 지시하고 보호자를 찾는다. 이런 경우에는 보호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적극적인 치료 여부를 묻게 된다. 살아 남아도 거의 대부분 혼자서 생활이 어려운 중증 장애가 남고 심한 경우는 가족도 못 알아보기 때문에 보호자에게 부담이 많다. 단정한 인상을 주는 부인이 보호자, 새파랗게 질려서 대답도 잘 못한다. 미리 찍은 뇌 CT를 보여주면서 상황을 설명하는 동안 그 부인은 소리도 내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고 있다. 앉을 자리도 없는 응급실의 한 구석에 서서 그 부인은 응급실 바닥에 눈물자국이 생길 만큼 많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40대의 가장이 쓰러지면 그 가족의 기막힘은 물론이고 그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도 가슴이 아프다. 비슷한 상황을 참 많이도 겪게 되는 것이 이 분야의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이지만 매번 가슴이 아프다. 그 부인은 우리에게 마음을 정리할 수 있도록 “제발, 삼일 만 살려주세요”라는 가슴 아픈 부탁을 해 왔고 우리는 그날 밤 다섯 번의 수술을 했다. 터진 뇌혈관을 찾아 들어가 막고 올라가는 뇌압을 낮추기 위해 뇌의 일부를 절제해 내고 지켜보다가 하염없이 올라가는 뇌압 때문에 또 절제하고 뇌실 내의 뇌척수액을 뽑아내고…… 그 부인의 간곡함과 우리 팀의 정성이 통했는지 환자는 소생을 했고 전두엽의 손상 때문에 성격이 변하기는 했지만 무사히 걸어서 퇴원을 했다. 뇌 동맥류 파열 때문에 생기는 지주막하 출혈은 치명적인 질환이다. 환자의 반 이상이 사망하고 살아남은 환자의 반이 장애가 남아 약 20~30%의 환자만이 온전한 몸으로 병원 문을 나설 수 있다. 이런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늘 드는 생각은 “동맥류가 터지기 전에 찾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그 생각이 실현되었다. MRI, CT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입원을 해서 복잡한 검사를 하지 않아도 뇌혈관을 정확히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고 뇌 동맥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뇌 동맥류를 정확히 찾아낼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터지지 않은 뇌동맥류를 치료하는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현대의 진보된 기술로 무장한 영상의학의 발전에 힘입어 머리 속에 숨어 있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인 뇌동맥류를 정확히 찾아내고 있는 것이다. 뇌혈관질환은 가장 사망률이 높은 폐암보다 두 배 이상의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 여기다가 뇌혈관질환은 치료 후 생명을 건진다고 해도 중증 장애가 남기 때문에 본인의 불행은 물론이고 가족 더 나아가서는 사회 전체의 문제가 된다. 어렵지 않은 검사로 터지기 전에 미리 찾으면 터졌을 때의 엄청난 불행을 막을 수 있는 질병인 뇌 동맥류, 이제는 곰곰히 생각을 해보아야 할 때이다.